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내 사업도 반환점을 돌고 있다. 이제부터는 부지런히 뛰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검붉게 혹은 노랗게 물든 요즈음.....짙어가는 가을 색채........그 와중에 군인들의 훈련도 잦아지고 있다.

거처에서 3Km 정도 떨어진 남한강변에서는 정체모를 - 주민들은 을지훈련이라 하던데 - 훈련이 벌어지고 있다. 미군도 많이 보이고 한국군도 많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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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그 화사하고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자못 거만스레 포진한 저들의 흉물스런 살상장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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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 모습, 이제는 정말이지 그만보고 싶다.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추진되었던 전시작전권 회수 문제도, 저들이 하는 꼴을 보건대, 임기 내 회수는 영 불가능할 듯 하고, 그렇다면 저들의 흉측한 모습을 당분간은 계속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우두머리를 끌어내지 않고서는 참 답이 없다.

계절이 하루하루 깊어지고 있다.

눈을 뜬 아침마다 말간 얼굴로 마주하는 계절은 황홀할만큼 아름답다.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느티나무..........모든 활엽수들이 저마다의 가을색으로 물들며 겨울을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무언가 하는 듯 마는 듯 느린 식물들의 활동이지만 그들은 어김이 없다.

뱀도 이미 하얀 서리를 뒤집어쓴 대지 밑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고 불어오는 맑은 가을바람에 우수수 낙엽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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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과 박정희

2009/10/26 01:14

오늘이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이란다.

동시에 또 박정희가 시바스리갈 홀짝거리며 심수봉 노래 들으며 놀다가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김제규에 의해 죽은지 3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고.

당대 동아시아 최고의 정치가인 이등박문과 서슬퍼런 독재자 박정희의 제삿날로 한 날로 만들어버린 두 사람.


이등박문은 당대 동아시아 최고의 정치가로 평가된다.

최초의 호의적 평판과 달리 이제는 영판 시덥잖은 보수논객으로 자리매김한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라는 소설은 역사적인 안중근 의사의 이등박문 척결이 불발로 끝났을 경우를 가정하고 쓴 대체역사소설이었다.

당시 이등박문은 아시아에 대한 일본제국주의 전략 수립의 최고 결정권자였음을 상기한다면 안중근 의사의 행동은 실로 역사의 물길을 되돌리는 엄청난 의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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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역시 실제적인 종신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유신독재를 성공리에 출범시켰지만 마침내 최측근인 김제규에 의해 사살된 바 있다.

일본군이 되고자 하는 열망에 훈장질 작파하고 혈서까지 써서 일제를 감복케 한 일화와 일제 패망 후 단신 귀국한 뒤 좌익노선에 몸담기도 하는 등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던 그의 처신은 그의 삶을 관통한 철학과 노선이 다름아닌 "기회주의"였음을 적나나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홍구 대한민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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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등박문 사살 후 일제에 의해 체포된 이후에도 안중근 의사가 보여준 의연한 모습과 김구의 백범일지에 묘사된 독립투사들의 가슴먹먹해지는 장대하고 의연한 모습 그리고 야비한 기회주의자 박정희의 모습은 가슴 속에 또렷한 대비를 이루며, 항상 삶의 지표가 되고 있다.


실로 어떤 삶을 살아야할 것인가?  

고담이라는 도시, 대구에 다녀왔다. 대구에서 술 한잔 걸치고 찜질방에서 불편한 밤을 보낸 아침, 울산에 갔다가 다시 대구로, 대구에서 다시 충주로.

고속도로에서는 워낙 천천히 운전하는 편이라 고작 4백 Km 정도되는 그 거리를 운행한 시간이 거의 여섯시간에 달한다.

교통량도 적고 게다가 간혹 놀랄만큼 아름다운 풍경도 선사하는 국도와 달리 고속도로라는 것은 "빠르게"라는 본연의 기능에 지극히 충실한 때문에 무척 지루하고 무미하다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자는 있어도 국도에서 졸음운전자는 별로 없음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자동차 운전이라는 것이 운전하는 이의 습성을 고스란히 내보이다 보니 그것을 관찰하는 것도 운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진중하게 운전하는 사람,
얍삽하게 이리저리 차로를 바꾸어대며 운전하는 성급한 사람,
태평하게 주변에 신경 씀 없이 유유자적 운전하는 사람,
아직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뚫어져라 앞만 보고 운전하는 사람,
자동차마다 모두 독특한 개성을 뽐내며 도로 위를 달려간다.  

어쨌든 나는 운전이 싫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너무 들어서 식상하고 진부한 이 문장을 도시에서 듣게 될 경우 사실 별 감흥도 없는 것이지만, 완연하게 가을풍으로 변해버린 시골에서 듣는 이 문장은 상당히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토종밤은 길게 뻗어나온 가지에서 농로 위로 떨어져 뒹굴고, 누렇게 변해가는 콩밭 어귀 대추나무의 대추는 짙은 갈색으로 익어가고, 들판을 그야말로 황금빛이 되어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다.

밭에서는 들깨, 콩, 고구마, 수수, 해바라기 추수가 한창이고, 잔치집에 초대받은 사람처럼 내 것도 아닌 수확물을 보면서도 괜시리 한껏 들떠있다.

 

낮이 짧아지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곡식이든 자생초든 저마다 내년을 기약하며 씨를 맺고 뿌리기에 여념이 없다.

 

 

내 것이 아닌 수확물 사이에서 유일하게 내 것인 수확물이 있는데 그건 은행과 잣이다.

내 것이라 해서 스스로 시간을 내어 키운 것도 아니고 원래 심어져 있던 나무에서 저절로 결실을 만드는 것들인데 내 영역에 있음으로 해서 자연 내 것이 된 것이다.

 

서너 그루의 은행나무들은 황금빛 열매를 떨구기 시작했고 몇 그루의 잣나무 역시 부지런한 청설모의 쉬임없는 방문에도 불구하고 일정량의 수확이 있을 듯 하다.

 

제대로 거두어서 지인들에게 보내주어야겠다라고 다짐은 하면서도 그럴 마음의 여유나마 있을는지.

 

은행이 적당하게 들어간 갈비찜과 고소하면서도 든든한 잣죽.

 

이 초겨울 가장 당기는 아이템이다.

 

 

산막 - 뒤쪽 산 깊숙히 몇몇 농가가 자리한, 여기서도 꽤 올라가야 하는 오지이자 산촌이다.

그 입구에는 별다른 과실은 없지만 멋드러지게 자리잡은 자작나무 숲이 있고 열매가 굉장히 커다란 해바라기가 길가에 줄지어 서 있다. 그토록 커다란 해바라기를 본 것도 꼬맹이 시절 이후 처음이다. 무슨 이유로 심었는지 알 수 없으나 아랫마을 내게는 기억 저편 아련한 유년시절의 추억을 알싸하게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었다.

 

어쨌든 가을은 점차 나락처럼 어둡고 추운 겨울로 향해 가고 이 가을 농부들은 여름내 심었던 알곡을 거두겠지만 나는 무엇을 스스로 흡족해하며 거둘 것인지.............가을밤이 깊은 만큼 시름 또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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