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지치다

2009/09/29 14:35

시골로 내려온지도 벌써 4개월이 훌쩍 넘어간다.

내려올 때는 활짝 핀 봄이었는데 어느새 천천히 낙엽지는 가을이 되고 있다.

주변 이웃 인심도 맛보고 시골 문화도 익혀 이제는 시골 풍경 속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닥 멋적게 느껴지지는 않을 정도가 되었지 싶다.

이제까지 축적된 자본으로 시골생활과 시골에서의 사업을 끌어가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여름내내 도시로부터의 자금 파이프라인을 만들 요량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이런 궁리, 저런 생각........밤이면 늘상 궁리하고 계획하고 낮이면 밤 동안의 계획을 적용했다.

그러느라 정작 시골에 올 때 계획했던 일은 거의 못하고 있다. 짜증난다.  

하루는 희망이 하루는 절망이, 하루는 기대가 다음날은 실망이, 서해안 조수처럼 쉴사이 없이 교차되고 그 와중에 서서히 지쳐간다.
이제는 다소 지겹다는 생각도 들고 입 안의 캔디처럼 의욕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스스로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매일 밤을 새서라도 끝내련만 남을 움직여 달성케 하는 일이라 생각만큼 빠른 진척을 보이진 않는다. 해서 더욱 지쳐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삶이라는 것이 조금씩 지쳐가는 것이 아니겠는지.

생활에 지치고 사람에 지치고, 그러면서 다시 희망과 기대를 품고, 다시 그 희망과 맞바꾼 절망과 실망에 지치고,

결과적으로 이젠 희망, 그 자체에 지치는 듯 하다. 희망의 끝은 과연 어디인지.


어쨌든, 희망은 결핍된 자들의 양식이다.  

군에서 제대한 후, 늦게 입대하였다가 휴가라도 나온 동기나 후배들을 보고는 낄낄거리며 놀려주곤 했었다.

"요즘도 군대가는 사람있니?"

놀림을 들으며 얼굴이 어정쩡하게 변하던 동기와 후배들의 모습은 벌써 20년도 훨씬 지난 과거인데, 이제는 예비군을 거쳐 민방위에 이르는 국방의 의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진작 끝나고 보니 정복을 입은 병사들을 볼 일이 거의 없었고, 군 자체가 이슈화되는 일이 드물어 별반 군에 눈길을 주지는 않았었는데, 지난 주 전방 수색대대가 근처 남한강가에서 훈련을 하며, 이곳을 숙영지로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요청이 있었고, 이를 받아주었더니, 어제부터 와르르 선발부대가 온갖 장비며 식량이며 가득 실은 군차량이 마당 가득 들어차 있다.

스스로 나이가 들긴 들었는지, 장교건 사병이건 모두들 애기처럼 보이는데, 꼬물거리며 모여 텐트며 위장막을 치고 하는 자못 심각한 태도가 어쩐지 블랙코미디를 보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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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낮은 A형 텐트. 오랜만에 본다>

3백여명에 이른다는 본대는 토요일에 합류한다고 하는데 그들까지 오고나면 동네가 좀 활기차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반경 10Km 내에 구멍가게도 하나 없는 상황이라 오로지 배급된 전투식량만 매 끼니 먹어야하는 그들의 품새가 영 안타까운 터에, 부지를 제공해주었다며 고맙다고 전투식량을 건네오는데 호기심에 흘낏보니 그걸 먹고 있는 병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영 사람이 먹을 그런 종류는 아닌듯 해서 그냥 스파게티로 점심을 만들어 먹노라니 곁을 지나는 병사들이 부러운 눈초리로 흘끗거렸다. 한두 명이라면 선뜻 초대했겠지만 선발대 인원만 수십명에 달하는 터라 그냥 모른 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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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포장과 결코 먹고싶지 않은 내용물>

이런저런 업무를 끝낼 즈음 이장님의 헬프콜이 있어서 이장댁 과수작업을 도와주러 갔다왔다.

시골에서 항용 겪는 일이지만 왜 이리 일을 짜임새 있게 못할까 하는게 늘 아쉬웠다.
공정을 조금 더 주의깊게 분석해서 적용한다면 생산성이 훨씬 좋아질텐데 그저 과거에 해오던대로 무작정 하는 양을 보노라면 기분이 꿉꿉해지곤 한다.

복숭아와 사과를 상품용으로 패킹하는 작업이었는데 작업을 적절하게 분업화 조직화하지 못하는 통에 영 생산성이 떨어져서 강압적으로 작업을 분화하고 조직화했더니 익숙한 순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처음 투덜거리던 할머니들이 일이 일찍 끝났다며 희희낙낙.

이장 어머님은 파지난(상품성없는 과수를 그렇게 말했다) 사과를 한 상자나 주시길래 별로 먹지도 않아 맨날 썩혀 버린다는 핑계로 사양했더니 한사코 챙겨주신다.

병사들에게 건넬 요량으로 한 상자를 받아와 나누어주니 뻑뻑한 전투식량에 질린 젊은 입맛들이 사뭇 좋아라 한다.

다행이다.

그런데, 바뀐 군복은 계급장 표지가 잘 보이지 않아, 장교건 사병이건 구분이 어렵다.

밤 기운이 제법 썰렁해져서 옆 건물에 얌전하게 놓여있던 화목난로에 시험삼아 불을 놓아보았다. 나무가 지천이라 잔가지를 끊어낸 모둠을 화목난로에 던져넣으니 퍽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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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쳐오르는 불길을 보면 항용 드는 뭔가 아련하고 나른해지는 느낌!

나른함 속에서도 정체모를 두근거림으로 가슴이 쎤한 느낌!

암튼 불은 묘한 근원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특이한 물성을 지닌 듯 하다.

한 방에 훅 간다

2009/09/15 10:04

인기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강유미가 했던 말 - "한 방에 훅 간다"라는 말은 퍽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냄비처럼 쉽게 달아오르고 식는 세간의 쏠림현상과 그 섬뜩한 결과물이기도 하여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돌그룹 2PM의 리더였던 박재범의 낙마 - 저간의 설왕설래가 어찌되었든 - 그야말로 이건 한방에 훅 간거다.

 과거에 알럽스쿨에서 이미 끊어졌던 인연을 다시 이어붙이다가 한 방에 훅 간 선배와 친구도 여럿이거니와, 공인이든 사인이든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행동거지와 말 한마디에도 사려깊어야 할 듯 싶다.

 사려깊음은 사람 사이에서의 태도 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 싼 그 모든 것에도 요청되는 것으로 날로 증폭되는 불확실성과 저들의 도저한 거짓발표를 볼 때 사려깊음은 더더욱 중요한 시대적 요청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아파트의 미래

2009/09/11 03:05

아파트의 가격변동 추이를 자꾸 보게 된다.

토지야 감가상각이 제로이고 이를 이용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자산이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어 결국은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슬럼화든 그 방향을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실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금융권 가계부채가 이미 700조원을 넘어섰고, 여기에 비금융권 가계부채까지 더하면 이미 가계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700조원 중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이 345조원이고 다시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57%를 차지한다는 보도이다. 그 결과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거의 1.4배, 즉 14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가계부실 폭탄 '똑딱', 부채상환 능력 사상 최악" - Views&News 

아파트...........이 이상한 물건............이 녀석에 대해서는 별도로 세밀한 공부가 필요해보인다.

왜?

친부모, 처부모, 친형제, 처형제..........내 가족 모두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니까.............

아무튼 아파트는 애물단지이고, 그 아파트를 위해 예비된 암울한 미래의 단초를 지난 8월 도곡동 개나리아파트 5차의 재건축 추진에서 적나나하게 볼 수 있었다.

개나리5차아파트의 진실 - 2명이나 목숨을 끊은 참사였음에도 그 사건은 어느 매체에도 보도되지 않았고, 일종의 강남발 용산참사와 흡사한데, 거기에는 고층아파트 재건축 시 발생할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건 현황 및 진행상황 보기

고층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실제로 많은 문제점이 있으며, 특히 억대의 대출금을 안고있는 사람은 거의 막장으로 가고 만다. Dr.Doom이라고 불리우는 노벨경제학 수상에 빛나는 루비니 교수가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 말미에 "한국은 앞으로 아파트가 복마전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듯이, 그 핵심은 결국 아파트로부터 촉발되는 미래의 대재앙이 될 것이다.

송파 가락동 저층 시영아파트2차 재건축 현장을 살펴보자. 그곳은 3,000세대가 넘는 대규모단지이고 건축물 대비 대지 지분이 135%나 되는 노른자위 재건축 아파트였다. 그런 이유로 한때 13평짜리가 7억원을 호가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4억에도 팔리질 않고 있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재건축 시 개발분담금으로 대지 연면적의 25%를 서울시에 기부체납해야 하고,
전용면적 18평 이상의 소형아파트를 20% 이상 지어야 하고,
과밀억제부담금을 부담해야 하고,
그 결과 33평(전용 25평)을 배정받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청산금을 현금으로 2억5천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주비와 이주비 이자(연 14%의 고금리 PF자금)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계산하면 역시 2억6천만원 이상.

이를 전부 합하면,
현금 2억5천과 이주비 지원에 따른 고금리 이자를 부담해야하고,
건설사와 야합한 조합의 농간으로 수차례 벌어지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건축비 증가와 건축기간이 늘어지는 것은 이미 관례이자 상식이고, 그로 인해 눈덩이처럼 이자는 증가하게 되며, 이는 고스란히 개인의 부담이 되고 만다.

이러한 아수라장이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곳이 가락동 시영아파트2차 재건축 현장이고, 그러다보니 조합과 조합원 측이 각종 소송으로 첨예하게 맞붙어 시간은 차일피일 지나고 그에 따라 금융비용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게 되고, 그 결과 이 재건축 현장은 모든 공정이 4년째 완전 중단된 상태이다.

건축물 대비 대지지분이 135%나 되는 현장이 이 모양인데, 대지지분이 40% 남짓한 고층아파트들의 말로는 어찌될는지 안봐도 비디오인 것이다.

현재 강남에 35년이 넘은 고층아파트는 은마, 잠실주공5단지, 쌍용, 현대, 한양 등 엄청나게 많다. 이들 고층아파트들은 건축물 대비 대지 지분이 40%에도 못미치고 있고, 재건축 추진 시 개인이 부담해야할 자금이 엄청나기에, 대표적으로 노후화한 은마와 주공5단지는 재건축조합을 결성한지 8년이 넘는데도 아직까지 재건축은 고사하고 조합설립인가 신청 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만약 조합설립인가가 나면, 그 순간부터 조합원 명의변경이 금지되어 대략 6억5천쯤 되는 현금을 지불해야하는데 이것을 마련할 방법이 묘연하고 - 이 부분을 정부가 며칠 전 풀어주었다. 얼른 폭탄돌리고 도망가라는 퇴로를 열어준 것 - 건설사 입장에서는 소형 평형 의무 비율, 개발분담금 등을 부담하게 되면 일반 분양분이 거의 없어 이윤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조합에서 아무리 러브콜을 보내도 콧방귀도 뀌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잘모르고 무식하게 덤벼들었다가 황당하게 된 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개나리아파트2차이고, 몇명은 죽고 상당수는 손실나고 해야 끝나는 게 바로 고층아프트 재건축인데, 이 상황이 강남, 분당 등의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째깍째깍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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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좋아해? 사과는?

2009/09/11 02:37

7월부터 여름 내 지천이던 복숭아도 이젠 서서히 출하가 줄고 있다.

요즘 한창 출하되고 있는 것은 '앨버트' 혹은 '엘버터'의 한 종류인 황도복숭아로, 종류가 무척 다양한 복숭아 품종 중 이 종이 이른바 만생종에 해당되는 것으로 지금부터 10월 초까지 출하되는 모양이다. 과육은 누런 색을 띄며 당도가 높아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

이웃집 복숭아밭에 인사 차 들렀다가 복숭아 출하작업을 쬐금 거들어주며 흠집난 복숭아 몇 개로 입맛을 돋구었다. 복숭아를 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지만 어쩐지 과일 종류는 뺀질뺀질 귀엽거나 혹은 퍽 육감적(?)이다.

어쨌거나 복숭아밭 건너편 사과밭에는 한결 차가와진 이슬을 맞으며 빨갛게 익은 사과가 푸른 하늘 배경으로 눈물처럼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복숭아는 종이봉투에 쌓여있어 정작 나무에 매달린 모양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어쩐 이유인지 사과는 미리 종이봉투를 벗기는 덕에 나무에 매달린 모습을 멀리서도 알아볼 수가 있다. (시골에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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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에 매달린 사과가 마냥 탐스럽고 어여쁘다>

저녁식사 후 자정이 넘도록 일에 매달리다가 머리 쉼하러 잠깐 거처를 벗어나 뜰로 나섰을 때 머리 위의 하늘과 그 하늘을 배경으로 퍼레이드라도 하듯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뒤덮힌 허연 구름과 투명한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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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바람이, 이슬이, 구름이, 달빛이.......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사진찍는 기술이 뛰어나다면 훨씬 좋은 사진을 얻을 수도 있었을텐데.............아쉽다는 느낌.

너구리와 가을

2009/09/08 21:06

지난 밤 어슷하게 비가 내리더니 비 그친 이 아침의 맑디맑은 하늘은 그야말로 그림이다.

한결 깊어진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이며 사뭇 경계가 뚜렷한 산등성이며 전형적인 가을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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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 모습이 어쩐지 싸구려 그림의 그것처럼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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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맑고 깨끗한 전형적인 가을 하늘>

맑은 아침공기를 공기를 마시며 잠깐 커피 한잔 마시던 찰나, 경운기 사고의 주인공이 사뭇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거처 문을 두드리며 화염방사기처럼 불길이 솟구치는 토치를 빌려달란다. 토치를 안가지고 있을 리 없는데, 개라도 잡았나, 무엇하려 토치를 찾냐는 질문에 사뭇 당당하게 대답한다.

"너구리 잡았어!"

"..............켁!"

너구리라면 그 유명한 우동라면 이름...............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밤에 밭 작물을 헤집는 녀석들을 잡기 위해 쳐 둔 덫에 녀석들이 걸린 것이었다.

커피를 마저 마시고 앞서 간 주인공을 좇아 그이 집으로 갔더니 벌써 작은 너구리는 무자비한 토치로 마구 그을린 상태였고 나머지 한마리는 발목에 썸뜩한 덫을 매달고 입에서 피를 흘리며 막 뒤란에서 들려나오던 참이었다.
그 너구리를 든 양반,
한 손에는 피 떨구는 너구리가 매달린 덫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망치를 들었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자 씩 웃으며 한마디 한다.

"숨이 덜 끊어져서............."

나름 선량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어쩐지 번들거리는 눈빛에 소름이 좌악 끼쳐왔다.

한 녀석 그을리기가 끝나자 다른 녀석이 토치 아래 누웠고, 쉭쉭 거센 토치불이 가까이 다가가자 엉덩이가 움찔한다. 아마도 모자인 듯, 모자가 나란히 마실이라도 나왔다가 끔찍한 상황에 처한 것인지, 흉폭하고 커다란 덫에 거의 끊어지고 있는 연약한 앞발을 보니 저절로 가슴이 아파왔다.

너구리는 개과라서 개고기 맛이 난다느니, 시골서 이런 재미도 없으면 어찌 사냐느니, 다음 번 덫에는 고라니나 멧돼지나 걸리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소주 잔이 찰랑찰랑 한 순배 돌아간다.

토치의 강력한 화염에 터럭이 홀랑 그을려 알몸으로 흉칙하게 굳어진 그 모습이 흡사 미어캣의 형태인데, 너구리라는 동물이 농작물에 얼마나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지는 잘모르겠지만 저토록 푸른 하늘을 함께 이고 사는 처지에 너무 잔인한 것은 아닌지, 그야말로 도시적인 생각을 하며, 개고기는 안먹는다는 핑계를 대며 슬슬 자리를 피해 거처로 돌아왔다.

논두렁을 돌아 거처로 돌아오는 하늘은 여전히 시리도록 슬프게 아름다웠다.
철 모르는 어린아이가 생각없이 내뱉는 말이 가슴을 후벼 팔 때가 있듯 시골에는 간혹 잔인한 면이 있다.  

My Wish List

2009/09/08 00:09

무언가 강력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마약처럼 짜르르르 척수까지 관통하여 마침내 갈기갈기 찢어지곤 하는 영혼을 위로할 강력한 무엇이 필요하다.

하루하루, 숨막히는 날들을 잘 견뎌내고 가슴 한 켠에서 욱하는 분노를 자아내는 이 황망한 상태를 잘 건너려면, 무언가 위안이 될만한 것 혹은 격려가 될만한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들은 그들의 방법대로, 나는 나의 방법대로, 저마다 기질에 맞는 적당한 위안거리를 찾아 험난한 세상을 건너는 등불로 삼기를 바란다.


My Wish List! - 나는 은밀한 위시리스트 작성하리라.

누군가가 보든 말든,

상채기를 이끼에 대고 누워 스스로를 치료하는 노루처럼,

송진을 자신의 상채기에 바르는 사향뒤쥐처럼,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는 리스트를 수시로 작성하여 보충하며, 스스로 동굴 속에 들어앉아 그 리스트를 뒤적거리며 이 아비규환과도 같은 세상을 건너리라.


당신도 당신만의 Wish List가 있는가? 

멋지고 아름답고 차가운 가을밤.


낮에 시골로 향하는 차창에서 본 산하는 푸른 하늘 아래 저만치 늘어난 가시거리만큼이나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그 맑은 대기가 밤까지 이어져 지금 바깥은 너무 황홀해서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다.

대기는 차고 맑으며, 달빛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색깔로 조용히 대지 위로 넘쳐흐르고 있다. 

하늘에 올라붙어앉은 채 선명한 빛은 내뿜고 있는 별들은 어느 순간 머리 위로 마구 쏟아져내릴 듯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명징한 대기를 뚫고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도 한결 또렷하다. 

멀고 가까운 산줄기의 스카이라인 역시 너무 뚜렷하여, 그곳을 넘어가는 사람이나 동물의 형체까지도 낱낱이 가늠할 수 있을 듯 하다.


그 투명한 블루 속으로 오리털 파커를 입은 채 랜턴도 없이 밤산책을 나섰다가 괜시리 덜컥 무서워져 황급히 거소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도 사람은 겁을 먹게 되는 모양이다.

소설에서 말하는 "서늘한 아름다움"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한가한 시골풍경을 눈 앞에 두고도 마음은 더없이 다급하다.

겨울을 준비하며 이미 어디론가 떠나간 벌레들이 꽤나 많은 듯 등불 아래로 몰려드는 날벌레들의 숫자도 여름과 비교해서 턱없이 적어졌다.

산모퉁이마다에도 이미 억새가 씨를 맺고 바람에 흩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광경을 보자니 마음이 한가로와지고 여유로와지기는 커녕 더더욱 급해진다.


똑딱똑딱...........

대폭발의 시각은 다가오는데, 아직 준비못한 것이 너무 많다.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실물위기나 금융위기는 끝난 게 아니냐고 하는 장밋빛 보도가 넘쳐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해보이지는 않는다.


저들은 이미 트리거를 당겼고..............더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야겠다.


"美 경제 '2차 붕괴'온다…개미들이여, 저축하라" - 프레시안 

 달러를 공격한 남자 - 조선일보(의 홈피 방문이 토 나오지만 그래도 볼 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