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 문턱....

2009/08/26 04:36

엊그제 처서가 지나면서부터 밤기운이 한결 썰렁해지기 시작했다. 한여름 무더위의 생생한 기억이 무색하게 대기는 서늘하고 주변 논의 벼도 어느새 이삭이 패기 시작했다. 경이로운 자연은 소리도 없이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계절에 민감한 이웃 농부들은 여름농사를 거두며 동시에 가을농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나는 하릴없이 넓디넓은 마당의 자생초를 깎았다. 제초제를 사용하라는 주변의 지청구에도 불구하고 무식하게시리 예초기만으로 자생초를 깎았더니 힘들기는 했지만 짧게 잘린 푸른 마당이 흡사 골프장 그린처럼 보기에는 좋았다.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으며 1차 제초 작업을 했었는데 3개월 여 만에 김대중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으며 2차 제초 작업을 하노라니 이 무슨 우연인지 모르겠다.

제초작업을 하루에 끝내지는 못하고 며칠 간격으로 했는데, 처음 작업한 곳의 자생초들은 벌써 10여 센티미터 가량 훌쩍 자란 상태로 약을 올리고 있다. 보통 대략 30센티미터 정도 자란 후 꽃을 피우고 씨를 맺곤 했었는데 요즘 부쩍 길어지는 밤 때문인지 겨우 10센티미터 정도만 자란 상태인데도 화다닥 꽃을 피우며 다음 생을 예비하고 있다. 미처 생장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번식을 준비하다니, 그저 놀랍기만한 자연의 본능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침묵의 겨울, 삭풍의 겨울이 다시 오리라.

이 겨울, 저들의 하는 모양을 보니, 가난한 이들 그리고 가난해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정말 혹독한 계절이 될 것만 같다. 시나브로 자라난 거품과 가계 발 신용위험은 거센 파열음을 내며 마침내 터질 것이고, 그 여파는 실로 가공할만한 것이 될 듯 하다. 아직 덜 추울 때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 이 겨울을 대비해야겠다.

나는 광기와도 같은 저들의 행태와 그 행태로 말미암아 벌어질 결과가 정말로 두렵고 무섭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2009/08/19 03:15

몹시 바빴다.

새로 런칭한 사업의 영업대행사 선정을 마무리하느라 노트북 하나 자동차에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에서 조그만 사업을 운영하는 사장들을 만나 계약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경상, 전라, 충청을 돌아다녔고, 대구 사무실에 들러 새로운 직원 면접도 하고, 오가는 길에 봉하마을에 들러 노무현 대통령 묘소도 방문했다.

오랜만에 여러 날 동안 장시간 운전을 했더니 숙소에 도착하면 뻗기 일쑤라 언감생심 블로깅은 꿈도 꾸지 못하였고, 운전 중에는 거의 라디오를 안듣는 편이라 세상 소식도 거의 모르고 지내다가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부산에서 듣게 되었다.

예감이 실제가 되고 안타까움에 저절로 입이 말라왔다.

DJ - 한국인 중 국제사회에 DJ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 사실만 떠올려봐도 그의 부재는 대한민국에 커다란 손실이리라.

영욕의 삶, 파란만장 - 이런 단어가 그의 삶 만큼 어울리는 정치인이 누가 있던가?

우리는 또 커다란 자산 하나를 잃은 셈이다. 안타깝다.

대권 3수에 실패하고, 정치보복을 피해 공부 핑계대며 영국으로 떠날 때, 그 은퇴소식에 이전까지 온갖 안좋은 기사로 설레발치던 조중동이, 얼굴을 싹 바꾸고는, 김대중은 위대한 인물이고 어쩌고 떠들어대던 일이 문득 생각난다.

방금 전해듣자니 이대통령이 10시 35분 경 세브란스 병원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병문안 했다고 한다.

장삼이사 이웃 간에도 우환이 있으면 마땅히 방문하고 위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겠거늘, 대통령의 자리에 있으면서 전임대통령의 병문안이야 지극히 마땅한 것이겠으나, 그간 그의 직간접적인 행동과 출현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를 가만히 생각해보면................어쩐지 찝찝한 느낌이 든다.

숭례문 전소 사건 - 숭례문을 개방조치한 사람이 누구더라?
용산철거민 참살 - 아직도 해결못하고 있는 정말로 화나는 일,
김수환 추기경 서거 - 이때도 좀 거시기 했다.
경제위기 - 만수가 달러 다 털어먹고 스왑까지 해놓고는 "원없이 돈 써봤다!"라던 그 황당한 상황.
노무현 서거 - 누가봐도 분명한 검찰의 충성서약형 표적수사에 의한 미필적 살인.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그의 병문안이 정말로 찝찝하다.

김대중은 누구인가?

박근혜 아빠 - 다카키 마사오의 최대 정적으로, 그로 인해 갖은 핍박을 당하고 교통사고를 위장한 제거 음모로 영영 지팡이를 짚고 절룩거렸던 사람.
다카키 마사오와 전두환에 의해 수없이 많은 망명과 투옥을 당했던 사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권의 핍박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끝끝내 불같이 일어서서 아시아 최초로 수평적, 평화적 정권교체를 달성하고 남북화해의 물꼬를 튼 사람.
국민의 마음을 모아 임진란 이후 최대라던 IMF환란을 2년만에 종식시킨 사람.
전체 한국인 중 국제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사람.
예술과 문화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
온 인생을 걸고 인권과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노심초사한 그 사람.
그 공로로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

그런 김대중 대통령을 그가 병문안하다니.......정말로 찜찜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래도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취임초부터 줄창 이어지는 저들의 반민주적 작태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는가 보다. 80세를 훌쩍 넘으신 분이 견뎌내기에는 쉽지 않은 충격이었는지 세브란스에 벌써 십수일 넘게 입원해 있는 상태라니...................어쩐지 찜찜하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대통령에 관한 기사나 방송은 대학 때부터 꼼꼼하게 챙겨 읽었었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굉장히 박식하고 꼼꼼하면서도 위트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1996년인가 1997년인가의 MBC 간판 오락방송인 <일밤 - 이경규가 간다>라는 코너에서 김대중 대통령 부부의 아침일상 스케치 부분이었다.

방송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공원에서, 뒷걸음질치기, 손바닥으로 얼굴문지르기 등등의 개인운동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운동 도중 부인 이희호 여사가 약간 뒤로 물러서서 자리를 잡자 김대중 대통령 왈, "그렇게 떨어져서 따라오면 부부싸움했냐고 동네사람들이 이야기"한다고 말하자 모두가 폭소를 터뜨리는 등, 여느 평범한 노부부처럼 편안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었었다.

나중 이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했던 피디가 쓴 뒷담화를 어느 잡지에선가 읽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피디에게 "웃는 모습이 방송에 나간 것은 정치인생 3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었다는 부분을 읽고는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었다.

찌질이들과 정부의 입김 아래 있었던 방송이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얼마나 왜곡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가슴아픈 증언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튼 위 사진에서 보듯 김대중 대통령은 정말로 소탈하고 정감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저 사진 한 장만으로도 팍 온다. 그런 김대중 대통령을 그가 병문안 하다니......................좌우간 어쩐지 찜찜한 느낌이다.

만약 저들의 검은 기운이 효력을 발휘하여 불상사라도 생긴다면.......................까지 상상력이 발동하자, 나는 문득 그가 참 답답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대통령, 나름 국민을 위하여 뭔가 해볼라치면 사고가 터지는데 이건 뭐 속수무책이다.

최근 각종 부양책과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아랫목에 살짝 온기가 드는 듯 하여 목에 힘줄라 했는데................말짱 도루묵되는거다.

그간 이런 일이 한두번 있었나?

촛불에, 금융위기에, 용산참살에, 쌍용자동차에,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뭔가 할라치면 사고가 터지는 통에 제대로 말빨도 안먹히고 운신의 폭도 좁고 정말 죽을 맛이 될께다. 그러다보니 10월 재보선부터 정치열풍이 시작되어 레임덕 시작될꺼고, 그러다보면 정말, 백토에서 전화열사가 말한대로 <떡 돌리는 사태> 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게 되는 그런 형국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이라면, 선택은 두가지다.

첫째는 잡아잡수 하는 심정으로 엉거주춤있는거고,
다른 하나는, 걍 쌩까면서 자신과 계급의 영달로 매진하는거다.

이건 뭐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그간 그의 행태를 보건대, 이게 도박판이라면, 나는 두번째 선택지에 풀배팅한다.

그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