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또 선거철이 가까워졌다.

대학동문 소모임 공지가 사뭇 잦아지고 있다. 연신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날아든다.

교육위원 출마한다, 도의원 출마한다, 시장 출마한다........면서........아주 우연하게 들른 듯 동문들의 모임에 모습을 비춘다. 동문회 차원에서 이런 것도 배려라고, 아마 조심스레 모임을 소집하고 그 자리에 후보들을 쉬쉬하며 초대하는지도 모르겠다. 대 놓고 하면 선거법 위반일테니, 끼리끼리 눈치 봐가며 하는 것 같다.

4월 말에 아무 생각없이 대학동문모임에 나갔다가 그런 꼴을 보고는, 이어지는 모임 소집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이건 공정하지도 않고, 아무리 듣기좋은 말을 갖다붙여도 패거리짓기에 다름 아니다.


며칠 전에는 시골에 다녀왔다.

몹시도 추웠던 2월 말에 가서 며칠 머물다 왔으니, 이번 방문이 거의 두어 달만의 방문인 셈이다.

오랜만에 왔다고, 마주치는 동네어른들 모두 바쁘게 농사준비 하시는 와중에도 황송하게시리 반가이 맞아주셨다.

그 두어 달 사이 - 나흘 전에, 연세가 90이 훌쩍 넘으신 동네 할머니께서, 사실 날도 얼마 남지 않으신 분이, 무슨 말 못할 억울한 일이라도 당하셨는지, 꼬부랑 허리로 마루 대들보에 스스로 목을 매고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시골로 내려온 1년 남짓 동안, 돌아가신 분들이 다섯 분이나 되는 셈이다.

동네사람 모두 합해봐야, 40여명 남짓이니 한 해에 10% 되는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셈이다.

단순계산으로 이 상태로는 10년 이내에 무인지경이 되고 마는 셈이다.............

복잡한 심정으로 하루를 지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최근에는 분당이 아니라 송파 가든5로 간다.

어쩌다보니 사무실을 다시 그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가든5 - 무지하게 넓은 공간에 사람이 거의 없다.

낮에 커피 한잔 뽑아들고 하늘공원으로 나가면, 서울공항으로 내려앉는 갖가지 비행기 소리로 왕왕거리지만, 실내는 무지 조용하다.
야근이라도 하게 되는 밤에는 조용함을 넘어 엄청나게 무섭다.
시골과 달리 도시의 밤이 선사하는 무서움은 약간 더 강도가 센 듯 하다.

무지막지하게 기다란 복도 (제 사무실은 가든5에서도 가장 긴 건물인 Tool관. 복도를 따라 걸어보면 거의 오 혹은 육백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다)에서 먼지 날리는 소리, 머리카락 떨어지는 소리도 들려올 듯 하다.

그곳에서 머리카락를 쭈뼛거려가며 늦은 업무를 정리하고 화다닥 새벽길을 달려 집으로 향한다.

퀭한 눈으로 새벽까지 기다리며 앉아있는 아내를 토닥여 재우고는, 다시 서재에 앉는다.

깜빡깜빡 졸아가며, 이러저러한 서류며 정리를 하다보니 , 어느 새 새벽, 휘리릭 현관문 밖에 신문 던져넣는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나 푸르스름한 새벽안개 속에 앉아 늘 하듯 텁텁한 커피를 윗속으로 흘려넣으며 신문 사설과 컬럼면부터 거꾸로 읽는다.

신문을 대충 훑어보고는 다시 차를 몰아 가든5로 향한다.

오전 일을 몇가지 처리하니 훌쩍 점심식사 시간.

전날 약속잡았던 허물없이 지내는, 기자질하는 후배녀석과 구내식당에 마주 앉는다.

그 녀석,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며 아주 사적인 일을 상의해온다.
뭔일인가 싶어 내심 긴장하며, 밥알을 입 안으로 밀어넣고는 그 녀석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잠깐 망설이다가, 다짜고짜 결론부터 끄집어내놓는다.

녀석의 손위 처남이 자살했단다. 순간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일단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정작 내 귓전에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그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닐까 싶다.
서둘러 앞뒤 정황을 묻는다.
무지 일이 바쁜데 문상하러 전주까지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후배.

무조건 가야하는거라고..........말해준다.

같은 입장이었다면, 나 역시 문상을 망설였을테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아무리 바쁜 일이라도 사실 며칠 정도는 미루어도 큰 탈은 안나는 게 사실 아닌가.

이 글의 마무리를 어찌해야할지 몰라 하루이틀 미룬 사이, 젊은이들이 또 소규모로 집단자살을 감행했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고..............

취업도 안되고 무엇 하나 희망이 안보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듯 하다.

두렵다.

90이 훌쩍넘어 대들보를 마지막 길동무 삼아 가신 그 할머님,
후배의 손윗처남,
이를모를 그 젊은 친구들............
가슴 한 켠이 정말로 스산해지며, 어쩐지 그 안타까운 장면장면들이 내 미래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으리라.
입술을 깨물고 눈동자에 힘을 준다.
더 열심히, 더 확고하게, 스스로 지향하는 목표를 향하여 불꽃처럼 타올라야겠다는 다짐이 솟는다.

차마 제 목숨 스스로 거둘 용기는 없지만,
스스로 조금 낫다고 추렴하고 위안하는 알량함을 종자삼아, 괜찮은 일자리를 하루빨리 많이 만들어야겠다.

이상적으로 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견지에서 말하자면, 기업이라는 것의 참된 존재 이유는 수익창출이 아니라 훌륭하고 견실한 일자리의 창출과 유지가 아닌가 한다.

이토록 슬프고 황망한 대한민국 땅에서, 그것이 내게 주어진 책무이고 소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요즘은 더욱 많이 한다.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함께 거리낌없이 나눌 수 있는 후배들을 더욱 많이 초대할 자리를 하루빨리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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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고 곽지균 감독이 25일 대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6세.

    Tracked from 레이싱걸 2010/05/25 22:28 del.

    고 곽지균 감독이 25일 대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6세. 이날 오후 변사사건을 담당한 경찰에 따르면 고 곽지균 감독은 이날 오후 자택 아파트에서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대원들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연탄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연탄가스에 의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컴퓨터에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에 "주민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우울증을 앓았고 일자리가 없어서 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