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어느 밤 풍경

2010/03/30 22:35

힘겨운 나날이 지나고 있다.
너무나도 힘에 겨워 위로라도 청할 양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된장!' - 나보다 더욱 힘에 부친 사람들이 태반이다.

<결핍>이라는 상황은 어느 시대에나 항용 벌어지는 일상다반사인데, 요즘의 결핍은  정서, 감정, 지식 등의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확실히 "돈"이다.

모두들 돈 때문에 힘겨워 하고, 돈 없음으로 해서 시달려 퀭해진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성남 모란시장 언저리 후미진 지하다방에서 친구를 만났다.
내게 있어 모란시장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쩍은 사람들이 별다른 목적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곳 쯤으로 각인되어 있는 터에, 그 지하다방은 예의 그 <모란시장 분위기>가 켜켜히 쌓여 더깨를 이루고 있는 묘한 곳이었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저 80년대로 돌아온 듯 혹은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지방소도시 터미널 앞 다방인 듯, 담배연기가 안개처럼 흘러다니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곳이었다.


그 다방에서, 한의사 노릇하다 두어 차례 망해먹은 후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빚에 후덜덜 쫓기며 평상심마저 상실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누르스름한 눈동자를 쉼없이 굴려대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고, 그의 비참함은 예의 그 <모란시장 분위기>와 어울리며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저 차 한잔 술 한잔 나누며 그의 누르스름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외에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안타까워 하며, 무채색 우산 아래 얼굴을 가린 수상쩍은 사람들 사이로 낙엽처럼 스러지는 그의 뒷모습을 끝끝내 지켜볼 뿐이었다.

돌아오는 지하철 막차 안, '오늘의 모든 운행을 마치고 기지로 들어'간다는 그 지하철 안에는, 내 친구와 나의 무언가 결핍된 퀭한 눈빛과 정확하게 똑같은 눈빛을 한 사람들이 우두커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껄죽하고 텁텁한 공기가 가득 찬 창자 속 같은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와 다시 선 바람많은 길 모퉁이 - 왕가위의 영화 속인 듯 현란하고 가벼운 네온불빛은 번들거리는 비 젖은 가로 위에서 천박하게 몸을 뒤틀었고 이미 눈물 조차 말라버린 사람들이 촛불처럼 흔들리며 이 천박한 세상을 위태롭게 헤엄쳐 건너고 있었다.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결핍과 결코 건너 뛸 수 없을 단절 - 을 향하여 맹목인듯 나아가는 그들과 걸음을 섞노라니 Edward Hopper가 묘사한 바로 그 풍경이 퀭한 눈 속에 정확하게 오버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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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hwaks,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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