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제대한 후, 늦게 입대하였다가 휴가라도 나온 동기나 후배들을 보고는 낄낄거리며 놀려주곤 했었다.

"요즘도 군대가는 사람있니?"

놀림을 들으며 얼굴이 어정쩡하게 변하던 동기와 후배들의 모습은 벌써 20년도 훨씬 지난 과거인데, 이제는 예비군을 거쳐 민방위에 이르는 국방의 의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진작 끝나고 보니 정복을 입은 병사들을 볼 일이 거의 없었고, 군 자체가 이슈화되는 일이 드물어 별반 군에 눈길을 주지는 않았었는데, 지난 주 전방 수색대대가 근처 남한강가에서 훈련을 하며, 이곳을 숙영지로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요청이 있었고, 이를 받아주었더니, 어제부터 와르르 선발부대가 온갖 장비며 식량이며 가득 실은 군차량이 마당 가득 들어차 있다.

스스로 나이가 들긴 들었는지, 장교건 사병이건 모두들 애기처럼 보이는데, 꼬물거리며 모여 텐트며 위장막을 치고 하는 자못 심각한 태도가 어쩐지 블랙코미디를 보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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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낮은 A형 텐트. 오랜만에 본다>

3백여명에 이른다는 본대는 토요일에 합류한다고 하는데 그들까지 오고나면 동네가 좀 활기차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반경 10Km 내에 구멍가게도 하나 없는 상황이라 오로지 배급된 전투식량만 매 끼니 먹어야하는 그들의 품새가 영 안타까운 터에, 부지를 제공해주었다며 고맙다고 전투식량을 건네오는데 호기심에 흘낏보니 그걸 먹고 있는 병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영 사람이 먹을 그런 종류는 아닌듯 해서 그냥 스파게티로 점심을 만들어 먹노라니 곁을 지나는 병사들이 부러운 눈초리로 흘끗거렸다. 한두 명이라면 선뜻 초대했겠지만 선발대 인원만 수십명에 달하는 터라 그냥 모른 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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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포장과 결코 먹고싶지 않은 내용물>

이런저런 업무를 끝낼 즈음 이장님의 헬프콜이 있어서 이장댁 과수작업을 도와주러 갔다왔다.

시골에서 항용 겪는 일이지만 왜 이리 일을 짜임새 있게 못할까 하는게 늘 아쉬웠다.
공정을 조금 더 주의깊게 분석해서 적용한다면 생산성이 훨씬 좋아질텐데 그저 과거에 해오던대로 무작정 하는 양을 보노라면 기분이 꿉꿉해지곤 한다.

복숭아와 사과를 상품용으로 패킹하는 작업이었는데 작업을 적절하게 분업화 조직화하지 못하는 통에 영 생산성이 떨어져서 강압적으로 작업을 분화하고 조직화했더니 익숙한 순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처음 투덜거리던 할머니들이 일이 일찍 끝났다며 희희낙낙.

이장 어머님은 파지난(상품성없는 과수를 그렇게 말했다) 사과를 한 상자나 주시길래 별로 먹지도 않아 맨날 썩혀 버린다는 핑계로 사양했더니 한사코 챙겨주신다.

병사들에게 건넬 요량으로 한 상자를 받아와 나누어주니 뻑뻑한 전투식량에 질린 젊은 입맛들이 사뭇 좋아라 한다.

다행이다.

그런데, 바뀐 군복은 계급장 표지가 잘 보이지 않아, 장교건 사병이건 구분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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