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시골 모습

2009/06/14 22:42

3주 조금 넘게 시골에 머물렀더니 시골사람들의 살림살이며 그들이 붙들고 있는 현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주 적은 이익이나 손해에 이웃 간 정리마저 무심하게 내팽겨쳐버리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어 보이기도 하고 어쩐지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도그빌』을 보듯 정체불명의 괴이함과 잔임함도 느껴진다.

아무래도 농사라는 일이 일종의 자유업 같은 것이어서 시간 배분이 자유스러워 그런 것인지 이웃 간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도를 지나쳐 가히 민폐에 가깝고 도시의 익명성에 이미 익숙해진 내게 이것은 굉장한 불편함일 수 밖에 없는데 어쨌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인듯 하다.

또 한가지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술의 일상화라고나 명명할 수 있을 음주습관이다.

매일같이 때를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는데 술기운으로 농사짓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마셔댄다. 일상이 팍팍해서인지 미래에 대한 소망이 적은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부실한 안주를 앞에 하고 이웃에 대한 험담과 세상에 대한 원망 그리고 자신의 계급에 대한 어떠한 자각과 고민도 없는 정치적 의사표현이 무성하다. 덧붙여 거기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는 패배의식과 무기력함은 계몽주의적 접근이나 참견에 대한 우석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끼어들고 싶은 생각을 마구 솟구치게 만든다.

흔히 농촌 총각들의 결혼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이야기되는데 이들의 생활습관이나 행태를 옆에서 지켜보면 농촌 총각과의 결혼을 기피하는 것이 정작으로 여자들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해결방안을 스스로 찾지 못하는 농촌 총각들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이 농촌 "총각"이지 정작 그들 중 태반은 이미 50대 중반이다. 총각이라는 어휘가 선사하는 젊다라는 뉘앙스를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농촌의 표면적인 생활수준과 생활환경은 1970년대의 그것을 벗어나 여느 도시가구와 비슷한데 거기에 맑은 공기와 쾌적한 자연환경이 더해져있으니 농촌 총각들의 결혼문제는 그들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이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비롯된 지극히 편파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고 가장 주요한 것은 바로 도시민과의 소득 및 문화 격차와 이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온 국민이 나서서 장기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해결해야할 바이고 어쨌든 그들의 생활습관은 마땅히 고쳐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salim.kr/trackback/28